9월 11일(금) – ECB 9월 통화정책회의, 유로화 강세로 인한 저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하여


ECB 9월 통화정책회의

분열과 디플레이션 리스크 방지

ECB 통화정책회의는 ‘유로존 경제를 둘러싼 우려와 쟁점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이벤트 입니다.

2010년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 이후 지난 10년간 유로존 경제의 쟁점은 ‘분열'(fragmentation)ㆍ’디플레이션 리스크'(deflationary risk) 였고, ECB는 자신들으리 책무인 ‘물가안정’ 뿐 아니라 ‘유로존의 연대’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구사해왔습니다.

2012년 당시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는’더 강한 통합'(more Europe)을 외치며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 (do whatever it takes)”고 천명하였습니다.

코로나19 위기가 절정이었던 올해 3월, 현 ECB 총재 라가르드는 “ECB는 유로 지역 관할권 내(all jurisdictions of the euro area)에서 통화정책의 원활한 전파를 방해하는 어떠한 리스크도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하며 ECB의 의지를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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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CB는 본래 책무인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을 펴왔을까요?

2013년-2022년, 유로지역 소비자 인플레이션율 추이
출처 : ECB 9월 경제전망 (링크)

유로존 소비자 인플레이션율은 (2018년을 제외하면) 2013년부터 줄곧 목표치인 2.0%를 미달해오고 있습니다. 2014년 말-2015년에는 아예 디플레이션 영역에 진입하기도 하였죠. 2016년부터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났으나, 2019년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율은 계속 하락해오고 있습니다.

ECB는 인플레이션율을 목표치 부근으로 끌어올리기 위하여 2014년 10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자산매입 프로그램 이른바 양적완화(QE)를 실시하였고, 2019년 들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약화되자 QE 프로그램을 재개하였습니다.

이와같이 ECB의 통화정책은 ‘분열'(fragmentation)ㆍ’디플레이션 리스크'(deflationary risk)를 막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아왔습니다.

유로화 강세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 증대

이런 맥락 속에서, 현재 ECB가 우려하는 현상 중 하나는 ‘유로화 강세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 증대’ 입니다.

2019년 9월~현재, 유로화 최근 1년 추이

올해 3월~4월, 유로존 국가들 중 본래 경제상황이 취약했던 이탈리아ㆍ스페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유로존 분열’ 리스크가 제기됐을 때, 미국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1.11에서 1.06까지 하락했습니다.

그 이후 ECB가 이탈리아ㆍ스페인의 국채를 집중 매입하는 PEPP를 발표하고,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통합재정정책을 내놓으면서 분열 리스크는 사라졌습니다. 유로존 통합 기대감이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유로화는 1.06에서 1.19까지 상승하였죠.

2015년 9월~현재, 유로화 최근 5년 추이

유로화 가치 추이를 시계열을 넓혀서 살펴보면 최근의 강세가 어느정도인지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로화 가치는2017- 2018년 1.25까지 상승했었는데, 최근의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전고점에 다다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ECB 통화정책 위원들은 크게 2가지 이유로 유로화 강세에 우려를 표시해왔습니다. ECB 위원이자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필립 레인(Philip Lane)은 유로화 강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ㆍ수입물가 하락이 실물경제와 인플레이션 모두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습니다.

필립 레인은 9월 2일 “유로환율은 중요하다. 만약 유로화에 힘을 가하는 것이 있다면, 이는 글로벌 및 유럽의 예상과 통화정책 세팅에 영향을 준다”1 라고 말하며, 유로화 가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꺼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었죠.

9월 10일 ECB 통화정책회의, 라가르드 총재 “환율이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볼 것”
ECB 9월 통화정책회의, 라가르드 총재 기자회견 (링크)

9월 10일 개최된 ECB 통화정책회의 기자회견에서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화 환율이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에 미치는 의미를 조심스럽게 평가할 것이다”2 라고 밝혔습니다.

몇몇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은 “ECB가 유로화 가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구두개입을 펼칠 수 있다”고 전망했었는데, 이러한 전망보다는 다소간 약한 반응입니다. 그렇지만 ECB가 유로화 상승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전달한 발언이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물음도 ‘인플레이션 전망’과 ‘환율’에 쏟아졌습니다.

2013년-2022년, 유로지역 소비자 인플레이션율 추이
출처 : ECB 9월 경제전망 (링크)

앞서 봤던 유로지역 소비자 인플레이션율 그래프는 ECB 소속 경제학자들의 전망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2022년말이 되어서도 목표치인 2%에 미달하는 1.3%를 전망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또한, 올해 8월 인플레이션율이 -0.2%를 기록한 점도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기자는 “유로존이 지금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2020년 9월에 나온 경제전망치는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 (…) 최근 한달 음(-)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것만으로 디플레이션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좋은 분석이 아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라가르드가 이런 답변을 한 것은 디플레이션의 사전적 의미가 ‘음(-)의 물가상승률’이며 경제전망은 (목표치에 미달하지만) 양(+)의 물가상승률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사전적 의미로 디플레이션에 처하지 않더라도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한다는 점은 충분한 우려사항 이죠.

다른 기자는 “최근 유로화 가치가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우려스러운 것인지 알고 싶다”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라가르드 총재는 “앞서 말했듯, ECB는 환율을 정책목표로 삼지 않는다. 우리의 의무는 물가안정이며, 모든 통화정책 도구를 이용하여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고자 한다. 분석에 따르면 현재 관측되는 유로화 가치는 물가안정에 부정적인 압력을 가한다. 비록 ECB는 유로화 가치 level을 구체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지 않지만, 유로화 강세가 중기 인플레이션율에 미치는 영향을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라고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중앙은행 총재가 환율의 구체적인 수준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경우 ‘환율조작’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유로화 상승이 물가안정에 미치는 압력’을 이야기하며 우회적으로 의견을 피력하였죠.

따라서, 앞으로 유로존 경제에 대하여 집중해야 할 포인트는 ‘유로화 상승 지속 여부’와 ‘이것이 유로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입니다.


  1. “The euro-dollar rate does matter,” “If there are forces moving the euro-dollar rate around, that feeds into our global and European forecasts and that in turn does feed into our monetary policy setting.”
  2. the Governing Council will carefully assess incoming information, including developments in the exchange rate, with regard to its implications for the medium-term inflation out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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